겨울 바다의 선물 파래, 애연가와 고혈압 환자가 꼭 먹어야 할 이유
천덕꾸러기에서 슈퍼푸드가 된 파래
완도와 진도, 고흥 갯벌을 10년 넘게 드나들며 해조류를 다뤄온 경험이 있다. 그중 파래는 유독 극적인 반전을 보여준 해조류다. 한때 김 양식장의 잡대(雜帶)로 취급되어 제거 대상이었고, 일부 양식장에서는 불법 무기산을 뿌려가며 파래를 없애려 했다. 그러나 웰빙 열풍과 함께 파래의 영양 가치가 재조명되면서 지금은 겨울철 귀한 반찬으로 자리 잡았다.
파래는 녹조류를 대표하는 해조류로, 식용으로는 **잎파래, 창자파래, 가시파래(매생이와 구별되는 품종)**가 주로 유통된다. 학명상 Ulva속(잎파래)과 Enteromorpha속(창자파래·가시파래)에 속하며, 제철은 12월부터 2월까지다. 자연산은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수확되며, 이 시기 파래가 가장 향이 진하고 식감이 좋다.
현대 연구로 입증된 파래의 효능
애연가의 해독식품
파래에 함유된 메틸메티오닌(메틸메치오닌설포늄) 성분은 담배의 니코틴을 해독하는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담배를 쉽게 끊지 못하는 분들께 파래무침이나 파래김을 꾸준히 권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실제로 20년 흡연 경력의 지인이 겨울마다 파래를 상복한 뒤 입맛과 컨디션이 개선됐다는 경험담은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고혈압·혈관 건강
2024년 한국학술지(최지원 외)에 발표된 연구에서 납작파래 추출물은 혈압을 조절하는 안지오텐신 전환효소(ACE) 억제 활성이 IC50 1.40μg/mL로 매우 우수하게 나타났다. 알츠하이머와 관련된 β-세크레타아제 억제 활성도 IC50 0.17μg/mL로 확인돼 치매 예방 가능성까지 제시됐다. 파래 100g에는 칼륨이 약 6,471mg 함유되어 김의 6.5배 수준이며, 나트륨 배출을 도와 고혈압 관리에 유리하다.
빈혈·뼈 건강
마른 파래 100g에는 칼슘이 약 652mg 들어 있어, 하루 섭취 권장량(성인 700mg)에 가까운 양을 단번에 공급할 수 있다. 철분도 풍부해 적혈구 생성을 도와 빈혈 예방에 기여하며, 소량 함유된 비타민 C가 철분 흡수율을 높인다.
항산화·간 건강 보조
가시파래에는 피코시아닌, 클로로필, 플라보노이드, 폴리페놀이 풍부해 DPPH 라디칼 소거능과 SOD 유사 활성이 높다. 알코올 탈수소효소와 아세트알데하이드 탈수소효소 활성을 농도 의존적으로 촉진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 숙취 해소 보조 식품으로서의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전통 및 민간에서의 적용증
파래는 예로부터 갯마을 사람들이 겨울철 보양식으로 활용해 왔다. 전해지는 주요 적용증은 다음과 같다.
- 담배로 인한 기관지 불편, 니코틴 해독
- 고혈압, 동맥경화 예방 보조
- 변비 개선 (풍부한 식이섬유)
- 빈혈 개선
- 골다공증 예방
- 숙취 해소
- 다이어트 및 체중 관리
주방에서 바로 쓰는 파래 활용법
비린내 제거가 성패를 가른다. 생파래를 받으면 식초물(물 1L + 식초 2큰술)에 2~3분 담갔다가 흐르는 물에 서너 번 헹구는 것이 기본이다. 이 과정을 생략하면 비린내가 남아 음식 맛을 망친다.
무채 파래무침이 국민 반찬이다. 물기를 꼭 짠 파래 150g에 소금·식초에 절인 무채 100g을 합친 뒤, 간장·식초·설탕·다진 마늘·참기름·깨소금으로 버무리면 새콤달콤한 겨울 밑반찬이 완성된다. 파래가 양념을 만나 뭉치는 현상을 막으려면 양념에 무치기 직전 참기름을 먼저 코팅하는 것이 현장 팁이다.
파래김무침은 밥도둑이다. 파래김 15장을 구워 비닐봉지에 넣고 잘게 부순 뒤, 진간장·고춧가루·설탕·참기름·쪽파와 섞어내면 10분 만에 완성된다.
데칠 때는 10초를 넘기지 말 것. 끓는 물에 10초 이상 데치면 물러지고 초록빛이 탁해진다. 타이머를 쓰거나 색이 밝아지는 순간 바로 건져야 한다.
보관은 냉동이 답이다. 냉장은 2~3일이 한계지만, 데친 뒤 물기를 짜서 1회분씩 소분 냉동하면 수개월간 향과 식감이 유지된다.
섭취 시 주의사항
건조 파래 100g에는 요오드가 약 2,200μg 함유돼 하루 권장량(150μg)의 14배가 넘는다. 갑상선 질환을 앓고 있거나 치료 중인 경우에는 과량 섭취를 피해야 한다. 신장 기능이 저하된 분들은 높은 칼륨 함량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일반인도 매일 한 줌 정도가 적당하며, 다양한 해조류와 번갈아 섭취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건강한 방식이다.
마무리하며
파래는 저열량·고단백·고미네랄의 완벽에 가까운 겨울 식품이다. 식초물 세척과 10초 데치기라는 두 가지 기본기만 지키면 누구나 향긋한 바다의 맛을 식탁에 올릴 수 있다. 올겨울 장 볼 때 초록빛 선명한 파래 한 봉지를 집어보길 권한다.
